어젯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HSK 시험을 본 지 2주가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부터 잠이 싹 달아나면서, 내일 오전 11시에 결과가 나올텐데 혹시 지금 나와있는건 아니겠지 하며 불안한 마음에 검색을 계속 했다. 왜냐하면 시험을 처음 보기도 했고 시험장 환경에 적응이 안되어 중국어 입력하는 법도 잘 모른 채 헤맸고, 헤드폰도 조금만 움직이면 지직거려 듣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핑계일거다. 그걸 뛰어넘는 노력과 훈련을 했다면 사소한 환경의 제약은 극복할 수 있었을 테니까 ㅠ
누워서 뒤척인 채로 2시간을 보내다가 어찌저찌 잠에 들었고, 오히려 오전에 다른 일들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면 빨리 11시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당근거래 두 탕을 뛰었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빨리 결과를 받아들여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얼른 조회를 해보기로 했다.
HSK 주관사의 중국 사이트
https://old.chinesetest.cn/ChangeLan.do?languge=kr
수험증번호가 뭔지 몰라 헤맸는데, 시험장에 가져갔던 수험표 아랫부분 유의사항에 H로 시작하는 긴 숫자가 있다. 성적확인용 수험번호이므로 다른 번호말고 이 번호를 입력한다. 과연 몇 점일까.. 붙었을까 떨어졌을까.. 독해에서 실수한 문제들이 갑자기 스쳐지나가고 듣기를 아무렇게나 풀었던 기억도 나고, 아니야 괜찮아 쓰기는 잘 본것같아 위안을 하다가 점수를 확인하게 되었다. 오오...
합격이다! HSK는 180점 이상만 되면 합격이다. 과목별로 과락도 없고, 총 300점 만점중에 180점만 맞으면되는 정답률 60%를 넘기면 받을 수 있는 손쉬운 자격증처럼 보이지만 정답률 60%를 채우지 못할 것 같아 공부하면서 내내 불안했다.
참고로 나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고등학교때 중국어 붐이 있었으나 제2외국어는 독일어를 선택했고, 그 호기심으로 대학교 1학년때 3~4개월정도 회화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17년 전이라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이번에 새로 공부할 때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대학교때 한국어문회 한자 2급 취득한 게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이후로 전혀 중국어를 할 기회가 없었다가 이번에 회사를 쉬게 되면서 산전육아휴직 2개월째인 2024년 8월달에 신촌YBM 기초중국어반 주5일 1개월 수강(성조부터 시작하여 기초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9월에 종로YBM HSK 주2회 수강 (정말이지 쓸모없었다) 을 집어치우고 해커스 온라인 환급반 60일 중 45일정도 수강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러 갔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중이라 가용할 시간이 꽤 많았는데도 임신중 무리하지 않으려고 하루 공부시간은 3~4시간정도로 살살 했다.
(광고아님) 내가 수강했던 해커스 200% 환급반은 60일 모두 출석 + 수강기간내 시험보고 230점이상 증명 2가지 모두 되어야 강의 결제금액의 200% 와 시험수강료를 돌려준다. 나는 성적조건인 230점을 달성하지 못해 출석요건만 달성하였다. 해커스 환급반을 시작하면서 내가 230점을 넘겨 성적으로 환급받을 수 있을거라곤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출석이라도 100% 달성을 해서 환급을 받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부산여행과 친정방문 등에도 새벽일찍 또는 밤늦게 꾸준히 1강의씩이라도 듣기 위해 노력하여 출석은 60일 모두 달성하였다. 수강한 지 46일째에 시험을 보러 갔지만 출석 퀘스트는 아직 14일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났더라도 강의를 하루에 하나씩 들었어야 했고, 앞으로 HSK 5급으로 GO할지, STOP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말 지루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답답하리만큼 느리고 꾸준한 내 성격과 잘 맞는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2개월의 동영상강의 개근 수강 경험과 오늘 합격발표의 자신감으로 5급을 도전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출산예정일 일주일 전이 시험보는날이라는 부담이 있어 시험장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도전이 나에게 의미있었고 오랜만에 공부가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추가 (2024.12.10)
오늘 카드회사 승인취소 메세지를 받고 환급 절차가 완료되었다. 부가세 등을 제외한 차액 155,220원이 부분승인취소되었고, 실제 들어간 금액은 43,780원과 책 구입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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