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과정
시험관을 처음 시작한 게 2022년 7월이었다. 2022년 1월에 한 해를 시작하면서 새해 목표로 임신을 다짐하고 동네 산부인과에 갔다. 난임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어 자연스럽게 배란일을 맞춰 준비를 시작해 보았지만, 6개월동안 무소식이었다. 큰 병원에 가서 디테일한 검사를 둘 다 받아보기로 하고 강남차병원에 방문했고, 검사 결과 지금 당장 시험관을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그 길로 고민 없이 난임 치료가 시작되었고, 병원에서는 인공수정은 시도할 필요 없이 시험관 이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다고 했다.
첫번째 시도- 난자채취 후 동결이식
2023년 7월말, 생리2~3일차에 병원 진료를 봤다. 난임치료의 기준은 생리 2~3일째부터다. 차병원에서는 먼저 초음파실에 가서 대기 후 초음파를 따로 보고, 그 이후에 주치의선생님을 만나서 진찰을 받는다. 이 날은 과배란을 유도하는 퓨레곤 펜 주사를 처음 처방받았고, 교육실에서 자가주사 맞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4일정도 간격으로 난포성장 상태를 병원에서 체크하며 약의 용량을 조절했다. 잘 모르고 시작한 첫 시도라 진행하면서 내 몸이 아픈지, 부작용은 있는건지 느낄 새 없이 정신없는 2주가 지나갔다. 난포를 커지게 하는 주사(퓨레곤)와 조기배란을 억제하는 주사(가니레버)의 조합이 창과 방패처럼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지만 병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데카펩틸, 오비드렐 (36시간 후 배란유도) 을 맞은 후, 배란일에 임박해 채취 시술을 하게 되었다. 수면마취라 자정부터 금식 후 오전에 병원가서 시술받고 정오쯤에 집으로 돌아가 며칠간 휴식하면 된다.
다시 생리 2~3일차가 됐을 무렵 병원에 가서, 이번에는 이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프로기노바 라는 28개씩 들어있는 타블렛 형태의 알약을 처방에 따라 하루 한 개, 또는 하루 세 개씩 먹기 시작한다. 호르몬제의 부작용이 시작되어 피부에 난생처음보는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만성이 되어버렸다. 나는 5일배양 동결이 1개 있었고, 배란일+5일정도 시점까지 약을 먹다가 병원에서 정해주는 날에 이식 시술을 받았다. 이식 후에는 아침저녁으로 질정을 넣으며 임신을 유지하게 해주는 프로게스테론을 투입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집 이사일자와 이식일자가 같은 날이라 어쩐지 희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사날임에도 이식했다는 이유로 손하나 까딱 않고 가만히 앉아 안정을 취하려고 노력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임신 성공과 8주 유산으로 소파술
역시 될놈될인가 로또맞았다고 생각하던 차, 임신확인서를 받고 그 다음주에 이상소견이 발견되었고 1-2주 정도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날부터 병원에서는 초음파사진도 주지 않고 좋지 않은 예후를 걱정했다. 수차례 진료를 본 후 결국 유산이 되었고 소파술을 실시했다. 신기하게도 그 전까지 있었던 입덧 먹덧 증상이 멈추었고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는 1주의 유산 휴가를 냈고, 몸은 2-3일만에 회복된 듯 했지만 마음의 회복은 잘 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난임치료 재개는 3개월 후부터 하기를 추천했다. 그동안 임신바우처로 한약 지어먹고, 좋아하는 공연도 보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를 받으며 치료공백기를 힐링하며 보냈다.
3개월 후 다시 시작된 난임 치료
한 번 임신 성공으로 자신감을 맛본 후, 용감하게 치료를 다시 시작헸다. 동결배아가 없었기에 채취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 번 해봤다고 그 과정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건강과 회복에 신경을 썼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5일동결 2개가 나왔다. 두 달을 쉬고 2023년 5월과 6월에 이식을 진행했다. 5월은 수치가 0에 가까운 비임신, 6월은 테스트기때문에 마음졸이며 45-> 9.4로 수치가 떨어진 비임신. 7월엔 반복착상검사를 실시하며 자궁경도 해보고 쉬어가는 달이었다. Nk세포와 혈전관련 수치가 기준범위 밖에 있어서 다음 차수에는 주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번엔 신선이식으로 해볼까요
나의 주치의선생님께서는 적극적인 처방을 해주시는 편이고, 환자의 요구도 잘 반영해주시는 분이다. 직전 세 번의 이식은 동결로했으니 이번은 신선으로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신선은 쉬는 기간없이 바로 이식을 해야하기때문에 과배란 약을 강하게 쓰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초반부터 자궁의 내막 두께도 신경쓰게 되었다. 나에게는 맞지않아 호르몬 부작용이 심한 프로기노바도 다행히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채취 후 5일을 키워 바로 이식을 진행했고, 반착검사 결과에 따라 이식일에 면역글로블린 주사를 링거 방식으로 맞았다. 크녹산 배주사 처방도 시작되었고 혈액순환을 위해 누워서 안정하기보단 적당한 움직임이 더 좋다고 추천해주셨다. 결과는 깔끔한 비임신.
회사 다니며 난임 치료를 합니다
서너번 정도 시도하면 될거라고 생각하며, 다니기 싫은 회사도 곧 휴직할거라는 희망찬 계획을 새워뒀었다. 그치만 1년이 넘게 지난 나는 여전히 나는 난임치료중이고, 아직도 회사를 다닌다. 주변에서는 회사 스트레스 때문이니 난임휴직을 쓰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해보라고 한다. 그렇지만 크고작은 병원치료를 받으며 휴가를 받았던 시간동안 치료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마음이 너무 불안했고, 틈만 나면 맘카페에서 후기를 찾아보는 등 불필요하게 시간을 사용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기에, 차라리 일과시간중에는 회사에 집중하며 잡생각을 잊어버리고 싶다. 물론 스트레스도 어느정도 있고, 병원가느라 휴가 쓰는게 눈치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내 마음 편한게 우선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치료과정이 힘들어서 서울시 난임 우울증 센터의 도움을 받고있다. 더이상 남은 휴가가 없어 대면상담은 못하고, 다행히도 전화상담이 가능하다. 전문 선생님께서 50분이나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주시는데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신다. 숨통이 여기서 트인다. 나를 위해 도와주는 의료진들, 상담선생님 그리고 소중한 남편과 가족이 있으니 나는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지루한 과정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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