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육아휴직자의 공부 재시작, 한 달 남은 HSK 4급 시험에 도전

오키짱 2024. 10. 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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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정기인사시즌인 7월에 맞춰 산전 육아휴직을 일찍 들어오면서, 기존 휴가를 소진하는 7월에는 폭풍 입덧시기를 만나 집에서 선풍기만 켜고 가만히 지내곤 했다. 그러다 7월말쯤 되었을 때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구석에 쌓여있는 가마니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 일상을 채워줄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8월부터는 집 근처 마을버스로 닿는 거리에있는 중국어학원을 다니며 1개월의 현장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다. 기초 속성강의 성조부터 HSK3급까지 1개월에 끝내준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듣는 그 학원에서 나는 임산부뱃지를 달고있는 (아마도)유일한 임산부였고 레몬에이드 담은 물병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주5일 하루 2시간의 빡센 수업을 빠짐없이 수강했다. 수업이 끝나면 옆에 백화점이라도 가서 즐겁게 아이쇼핑이라도 할까 기대했지만 그보다 더 빡센 작문숙제와 성조읽기 숙제를 하면서 지내느라 입덧이 얼마나 심한지도 잊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빠르게 보낼 수 있었다.

8월에는 중국어를 재미로 시작했다면 9월부터는 이렇게 공부한 중국어가 아까워서라도 자격증을 따서 공부했던 흔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수험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작했던 임산부 요가와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다른 학원으로 옮기기로 하여 탐색을 시작했는데, 중국어 강의가 왜이렇게 사라졌는지 특히 4급강의는 학원 1개당 1~2개의 시간대만 운영이 되고 있었고 수강생도 5~10명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내 상황과 수업시간이 가장 알맞았던 종로 YBM에서 불라방강의로 HSK 4급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격일로 운영되는 수업시간 및 9월 중순에 명절이 겹쳐 그나마 조금 붙잡았던 감을 완전히 잃게 되었으며, 강사도 내용을 깊이있게 설명하기보다는 시험을 위한 테크닉 위주로만 설명해주어 수업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비대면강의와 자유로운 강의 다시보기를 위해 불라방을 신청했는데 라이브는 매끄럽지 않았고 강사의 실수로 강의가 잘못 녹화된 날도 더러 있었으며, 알려준 카톡으로 강의에 대해 요청을 하면 피드백이 지나치게 늦다. (여러번의 사례가 있지만 한 예로, 9/13일에 강의 다시보기 녹화 잘못됐다고 카톡보냈더니 9/19일에 카톡 지금봐서 미안하다고 답장옴. 일요일+추석연휴 4일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성의가 없다.)

당초 2개월 수강 후 5급강의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완전히 강의에 흥미를 잃고 질려버려서 다른 학습방법을 알아보던 중, 비대면강의와 다시보기가 자유로운 인터넷강의 전문 사이트에서 4급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고 책도 다시사고 60일짜리 강의를 신청했다. 누가 시켜야만 겨우 움직이는 내가 과연 자율적으로 할 수 있을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출석체크가 달려있는 환급반으로 신청했다. 하루라도 안하면 (결제금액에서 부가세 등 제외하고)16만원 날아간다 라고 생각하니 아침에 눈 뜨자마자 노트북을 켜게 되었다.

악착같이 출석체크 하는 중
강의 끝나고 10초안에 눌러야만 출석체크 인정이다. 숨막히는 시간

여기 동영상 제공 사이트에서도 환급을 잘 안해주려고 하는건지 출첵은 모바일에서는 안되고 1.4배속 이하로 들어야하며 일시정지를 몇 번 했더니 시간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강의를 다시들어야 하는 일이 생겨버린다. 그래서 한 번 들을때 빡집중!! 해서 열심히 듣고 끝나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출석체크 버튼을 눌러야 두번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의자체가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도움이 되는게, 재미가 없다면 이 과정도 하기 싫었을 것이다. 강의는 하루에 2~3개정도 듣고, 강의가 끝나면 교재에 있는 내용들을 빈 공책에 여러번 적어본다. 어차피 나는 IBT 시험을 볼 예정인데 한자 쓰는 방법과 성조를 꼭 익혀야하나? 하는 의문이 있지만, 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중국어를 하는 게 아니라 중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인 김에 자격증을 딴다는 근본적인 다짐을 생각해 내기로 한다.

누가 늘 시켜야만 공부하는 내가 기적처럼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단어 하나씩 외우는 것 보다 문장을 길게 써보는 게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가 글로벌회사도 아니고 철저히 내수에서만 돌아가는 회사인데 외국어공부를, 특히 영어도 아닌 중국어를 공부하는 게 내 커리어에 무슨 도움이 되려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어와 중국어 둘 다 잘하는 중국인들도 너무 많다. 그러나 어릴때 배웠던 한자 비슷한 글자를 다시 꺼내어보는것도 내 스스로에게 유익한 경험이고, 회사 다닐때 해보고 싶었던 재밌는 공부를 시간제약없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정신수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회사를 쉬는 것 하나만으로도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 휴직이라는 행복감을 선물해주기 위해 혼자 고생하면서 벌고있는 남편에게 항상 감사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 나와 아기의 건강을 잘 지키는 것, 정신 건강도 맑게 유지하는 것,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따뜻한 집밥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일들 - 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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